스랖베게에 올라온 기사를 보고 생각난 것.

이번 무한도전 소개팅 특집은 과거 폐지되었던 짝과 다른게 무엇이었나? 외모지상주의와 여성상품화. 거기에 그저 방송 타고 싶어서 나왔던, 소개팅에는 관심도 없었던 여자들. 리얼 예능이라고 불려왔던 무한도전에 깊은 실망감을 느꼈던 에피소드. 내가 예전 '짝'을 보면서 느꼈던 생각들을 강효진 기자가 아주 잘 나타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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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강효진 기자] 노홍철 장가가기 프로젝트로 진행된 소개팅 특집이 재미, 혹은 불쾌함을 나누는 극명한 시각차를 보이는 반응을 낳았다.


24일 오후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는 ‘홍철아 장가가자’ 특집의 일환으로 노홍철의 이상형 찾기 특집이 공개됐다. 이에 멤버들이 철저하게 외적인 조건을 기준으로 노홍철의 취향에 맞게 외모, 나이, 키로 걸러진 20대 여자들을 헌팅 하는 상황이 그려졌다. 


멤버들은 길거리에서 예쁘고 키가 큰 여자를 찾아 나이를 물은 뒤 호감을 보이는 적당한 인물들에게 다짜고짜 노홍철과의 소개팅을 제안했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이 노홍철에 대한 극명한 호불호를 보이는 등 예능적인 요소가 등장하면서 웃음을 안겼지만 이를 풀어 나가는 방식은 묘한 불편함을 안겼다.


물론 방송에 얼굴이 비치게 되는 출연자들에게 의사를 물었고 동의하에 소개팅을 수락하는 과정이 거쳐졌지만, 멤버들이 노홍철의 예비신부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은 취향이라는 방패를 두고 여성들의 품평회가 벌어지는 듯한 상황을 떠올리게 했다.


만약 노홍철의 소개팅녀가 되고 싶은 인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소개팅 후보로 참여한다거나, 노홍철이 공개 구혼을 하기 위해 그만의 장점과 색다른 매력을 어필하고 단점을 고치는 과정으로 진행됐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특집은 노홍철의 취향에 맞게 골라진 여성들이 등장했고, 이들과 그 취향에서 벗어난 일반 여성들은 노홍철이 세운 기준 때문에 자연스럽게 멤버들로부터 외적인 평가를 받게 됐다.


지금까지 ‘무한도전’에서 멤버들의 사생활이 친근할 정도로 적나라하게, 또 자연스럽게 공개되어온 만큼 이번 특집 역시 기획 자체는 흥미로운 경우였지만 이번 경우는 가히 노골적이기까지 했다. 결혼이라는 각도에서 남성들이 바라보는 여성에 대한 시선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 


멤버들은 36세 노홍철의 신부감을 찾기 위해 당연하게 여대에 방문하는가 하면, 소개팅 후보자들 중 20대 여성들에게 유난히 관심을 보였다. 특히 10살이 넘는 나이차를 두고 “딱 적당하다”고 표현하거나, 30대 여성의 나이를 듣고 실망스러워하는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다. 노홍철 역시 “애를 낳아야 하니까…”라며 20대 여성을 원하는 등 젊은 여성을 직접적으로 선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노홍철의 이상형이 어리고 키가 크고 예쁜 여자인건 개인의 취향이기 때문에 질타 받을 일이 아니다. 누구나 기왕이면 더 좋은 외적 조건에 호감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이 기준이 전 국민에게 강한 파급력을 가져오는 공중파 예능프로그램의 소재가 된다면 다른 문제다. 이런 식으로 철저하게 어떤 외적인 기준을 가지고 사람이 걸러지는 느낌을 조장하는 방식은 시청자들에게 충분한 불쾌함을 조장할 수 있었다. 웃음, 그리고 예능으로 포장됐지만 외모 지상주의와 여성 상품화가 전면에 녹아든 모습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소개팅 특집에 이어진 투표 특집이 큰 영향력을 끼치면서 호평을 받고 있는 상황 역시 오버랩 되면서 왠지 모를 씁쓸함을 남기기도 했다. 여성상품화가 밑바닥에 깔린 모습에 이어 공익성이 짙은 투표 특집이 이어지면서 괴리감을 자아낸 것.


시청자들 역시 이번 특집을 두고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갑론을박을 벌이며 극명하게 갈리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미모의 여성들이 많이 등장한데다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는 쪽과 방송 전체에 깔린 여성을 향한 시각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는 점에 강한 불쾌감을 표시하는 쪽이다.


시청자들은 “과연 성별이 바뀌었다면 나갈 수 있었을 방송일까. 30대 중반의 여자 개그맨이 신랑감을 찾기 위해 외모, 키, 나이를 조건으로 세우고 대학교에 방문했다고 생각해보라”, “방송에서 남성의 키에 대한 취향을 밝히며 180cm 발언을 했다가 거의 매장당할 뻔한 여학생의 경우와 다를 바가 무엇인지”, “어리고 예쁜 여성들이 소개팅을 위해 골라져서 장바구니에 담기는 듯한 느낌 이었다” 등 강력한 질타의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과연 종이 한 장 차이로 갈린 재미와 불쾌함의 경계에 선 ‘무한도전’이 앞으로 남은 소개팅 특집을 어떤 시선으로 그려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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